두산그룹, ‘공작기계’ 매각ㆍ‘건설’ 감자… 그룹 난제도 풀었다

입력 2016-03-0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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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 1조1300억원에 MBK에 매각…‘건설’ 액면가액 90% 감자 결정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용퇴 의사를 공식화한 날 그룹의 고르디우스 매듭도 함께 풀었다. 박용만 회장은 매각 협상이 난항에 빠진 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의 매각을 매듭 짓고, 그룹 회장직을 승계받는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의 감자라는 카드를 꺼내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의 첫 단추를 뀄다.

박용만 회장은 2일 열린 (주)두산 이사회에서 지주사인 두산 지주부문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 회장 승계 의사를 밝히면서도 경영난에 빠진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장직은 내려놓지 않았다. 이는 박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은 계속 맡아 회생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3.94% 감소한 274억 원으로 크게 부진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도 8595억원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이 같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의 매각절차를 진행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2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탠더드차타드(SC) PE는 1조3600억원의 인수 희망 가격을 적어냈지만 돌연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이어 두산 공작기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선 MBK와 협상을 벌였지만 지지부진했다. 결국 박 회장이 용단을 내리며 1조1300억원에 MBK에 넘기는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박 회장의 통 큰 결정이 이끌어낸 결과였다.

같은 날 차기 그룹 회장으로 지목된 박정원 회장도 그룹 재건의 틀을 짰다. 박정원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두산건설에 대해 주식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90% 줄이는 감자를 결정했다. 이번 감자가 이뤄지면 두산건설 자본금은 4207억원에서 511억원으로 줄어든다. 대신 두산건설은 잉여금이 늘어나고 재무구조가 나아지는 효과를 얻는다.

또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의 레미콘 제조사업에서 관악공장을 떼어내 렉스콘이라는 회사를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분할은 두산건설이 신설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를 취득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법으로 이뤄진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과 두산건설의 감자 결정 등으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큰 방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새로운 4세 경영체제의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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