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태어났니,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북

입력 2016-03-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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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목적 없이 태어나기도 하지만 기계는 다르다. 용도가 있고 타겟이 있다.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북은 어떤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일주일간 사용해본 결과 결론을 내렸다. 이 제품은 윈도우 OS를 좋아하거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반드시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고사양 게임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윈도우 태블릿이 아닌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살 것을 권한다. 윈도우 태블릿은 PC게임을 원활하게 재생할 성능이 안되기 때문이다. 추억의 PC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나 퇴마전설을 할 고전게임 마니아라면 괜찮다.

아예 모바일 게임만 할 거라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사는 게 맞다. 윈도우 스토어에는 아직 쓸 만한 게임 앱이 많이 없으니까. 하지만 게임을 전혀 하지 않고 웹서핑만 즐긴다면 윈도우 태블릿만큼 믿을 만한 기기가 또 있을까. 액티브X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설치된 태블릿은 웹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북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주는 태블릿인 것이다.

1. 첫 인상

에디터가 사용한 제품은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T100HA(이하 트랜스포머 북) 모델로, 트랜스포머라는 말처럼 키보드와 본체가 합체-분리되는 투인원 제품이다. 색상은 실크 화이트, 루즈 핑크, 틴 그레이, 아쿠아 블루의 네 가지. 그중 에디터가 사용한 제품은 틴 그레이였다.

틴 그레이는 스페이스하며 그레이스러운 메탈의 느낌을 뿜고 있다. 꽤 고급스런 디자인이라 마음에 쏙 든다. 나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뭔가 기기괴괴한 태블릿을 쓰고 있으면 속으로 ‘저게 뭐야…’하고 혼잣말을 하는데, 트랜스포머 북은 예쁘고 멋있다. ‘윽 저게 뭐야’가 아니라 ‘어? 저게 뭐지?’하고 시선을 강탈한다. 만족스럽다.

2.외관

오른쪽에는 마이크로 SD카드, HDMI 포트, 충전단자, 헤드폰 잭이 있고, 왼쪽에는 볼륨 조절 버튼과 놀랍게도 USB 타입-C 포트가 있다. 하지만 USB 타입-C 케이블은 별도 구매다. 최대 256GB를 지원하는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있다는 건 영상을 많이 보는 사용자들에게는 좋은 기능이다. 에이수스 측에 따르면 기존 USB는 위아래 방향을 맞추기 위해 약 4.5초가량의 시간을 소요하게 하고 일년이면 82분을 버리게 만든다고 한다. 샤오미 USB 타입-C 젠더의 가격이 2700원이니(3월 3일 G마켓 기준) 82분 절약과 2700원 절약 중에서 선택을 하자.

카메라는 생각보다 좋다. 하지만 생각보다 좋을 뿐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찍는 게 당연히 낫다. 전면 카메라는 영상채팅 할 때나 쓰면 되지만 후면 카메라의 실용성은 조금 떨어지겠다. 겉을 봤으니 이제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 트랜스포머 북의 활용도는 보고, 읽고, 쓰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3. 보다-영상, 웹툰

스펙부터 읊어보자면 IPS 광시야각 패널에 액정크기는 10.1인치, 화면 비율은 16:10, 해상도는 1280×800이다. 에디터는 태블릿을 TV처럼 쓰는 타입이다. 주로 네이버 TV캐스트, 유튜브, tving, EPL 하이라이트 등을 보며 끼고 다녔다. HD 영상도 막힘없이 플레이되어 만족스러웠다.

웹툰을 보는데도 문제 없었다. 웹툰 중에는 배경음악이 나오는 작품들이 종종 있는데, PC에서만 지원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다. 이때가 바로 윈도우 태블릿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얘는 윈도우의 모든 것을 지원하면서도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휴대성까지 갖췄다. 본체의 두께는 8.45mm, 무게는 580g(노트북 모드는 1.04kg)이다. 무게가 가벼워서 웹툰 볼 때도 손목에 부담이 되지 않았다. 베젤도 넓으니 손에 잡고 무언가를 읽기에도 딱 좋았다. 에디터가 여전히 광활한 베젤의 아이패드2를 쓰고 있는 이유다.

4. 읽다-인터넷 기사

윈도우10에는 읽기 모드 기능이 있다. 정확히는 엣지 브라우저에 있다. ‘읽기 모드’라고 해봤자 별거 있겠냐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꽤 자주 쓰는 기능이다. 라섹 수술을 한 후에 시력이 안 좋아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데, 읽기 모드 덕분에 그런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인터넷 기사의 경우 읽기모드를 실행하면 광고가 없어지고 기사의 이미지와 텍스트만 남는다. 또 배경색이 부드럽게 바뀌어서 가독성이 향상된다. 눈도 훨씬 편안하다.

5. 쓰다-문서 작성

키감은 뛰어나진 않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키보드를 연결할 수 있는 USB 포트가 있어서 어느정도 보완이 된다. 가끔 키보드 워리어로 빙의하고 싶을 때, 기계식 키보드와 합체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 북에는 MS워드, MS엑셀, MS파워포인트가 기본 지원된다. 하지만 워드를 반 장 정도 치고 나니 버퍼링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키보드 위의 내 손은 동작을 멈췄는데 모니터의 글자는 아직도 입력 중이다. 워드는 있지만 워드를 쓸 수 없는 상황. 읽기 용도로만 쓰자. 문서를 잠깐 수정하는 정도로는 가능하지만 레포트 5장씩 쓰는 거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반드시 워드를 써야 하는 게 아니라면 원노트를 쓸 것을 추천한다. 

결론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OS가 주는 사용자 경험과 장단점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사고 실망했다는 건 그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윈도우 태블릿은 아직 성장 단계라 다른 OS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있지만 부족한 점을 껴안는 윈도우만의 매력도 있다. 윈도우 태블릿은 그걸 아는 사람들을 위한 기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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