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은 달러 기준, 2015년 세계 무역 규모가 전년 대비 13.8% 줄었다고 밝혔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세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이 감소한 원인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 둔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무역국으로 발돋움했지만 이달 들어서만 수출과 수입 모두 두 자리 수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브라질 역시 100년래 최악의 경기침체 여파로 교역량이 크게 줄었다.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라인에 따르면 브라질과 중국 간 교역량도 지난달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급감했다.
CPB가 발표한 결과는 지난해 무역 경기를 보여준 첫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무역 지표가 첫 위축세를 보이면서 연초부터 큰 변동성을 겪었던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다른 지표에서도 세계 무역 위축세에 대한 경고음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해운업계의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발틱건화물지수(BDI)는 지난 11일 290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 2008년에 1만1000포인트에 달했으나 지난해 8월 이후 76% 가까이 폭락했다.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무역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주요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6%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3.8%에서 3.6%로 낮췄다.
앤드류 케닝햄 캐피탈이코노믹스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지표들이 전 세계적으로 무역 성장이 정체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세계 무역이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