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4일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사실상 무효화하기까지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줄다리기는 계속됐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실무자는 전화로 우선매수권 포기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한 매각’을 위한 요구였다. 우선매수청구권이 존재하는 한 진성매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등도 같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현대 측은 배임을 이유로 거절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지분(22.4%)을 담보로 현대상선에 약 4220억원을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양측간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시장에선 여러 아이디어가 흘러나왔다.
주식담보대출을 일반대출로 바꿔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대신 질권만 설정하는 방법, 우선협상자 선정 후 우선매수청구권 미행사를 공식화하는 방법 등 확인되지 않는 얘기가 무성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현대 측에 약 4800억원에 현대증권을 팔라고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시가총액에다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어 팔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현대 측은 이를 거절했다.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였던 협상은 현대그룹이 입찰에 참여해 실질 매각가를 제시함으로써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이 등장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M&A 관계자는 “입찰에 나서는 현대 측이 우선매수청구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고 진성 매각의 의지를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매각가를 높이는 효과도 있어 양측의 니즈를 만족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증권 매각 예비입찰 인수의향서(LOI) 마감은 오는 29일이다. LOI를 제출한 인수후보자들은 3월 18일까지 실사를 마치고 3월 20일께 본입찰에 들어간다. 현대그룹 측은 3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