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많은 금액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도박의) 상습성이 인정된다.”
검찰이 장세주(63) 동국제강 회장의 상습도박 혐의를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수 신정환 씨의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24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 회장의 항소심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미국 현지 카지노 예치금 관련 자료를 언급하며 장 회장이 상습 도박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습벽’이란 끊고 싶어도 못 끊는 것으로, 장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카지노 원정도박에 사용한 것도 마찬가지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신 씨의 사례를 들며 “바카라는 수십억 잃을 수 있는 중독성이 가장 강한 도박이다, 배팅액을 올려 모험을 하는 게 바카라의 유일한 흥미”라고 주장했다. 2010년 필리핀 등지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씨는 하루에 1만3000달러를 배팅했다는 이유로 상습도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또 파철을 거래자료 없이 판매해 8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공소를 기각한 것에 대해 “장 회장이 인정했던 사실이고, 범행 일시와 장소, 방법이 공소장이 기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의 변호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미국 도박 베팅 내역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심에서 철회한 증거를 항소심에서 다시 사용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심은 파철 판매대금 횡령 등을 유죄로 인정해 장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라스베이거스에서 14회에 걸쳐 도박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판돈이나 규모, 도박 시간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 해외 법인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 208억원 중 일부를 빼돌려 해외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