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 산유국의 감산 합의에 회의적인 발언을 한 것이 유가 급등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3달러(4.58%) 떨어진 배럴당 31.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29달러(3.72%) 떨어진 배럴당 33.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사우디는 원유 생산을 줄일 수 없다”면서 “산유국이 감산 합의를 모색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생산량을 줄이는데 다른 나라의 협력을 얻을 가능성이 낮고, 공급 조정 부담은 고비용 생산자가 지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억제를 약속하는 나라는 있어도 실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가 지난주 합의한 생산 수준의 유지에 대해선 “감산은 없다. 감산은 실현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사우디 석유장관의 발언 여파로 시장에서는 주요 산유국이 지난주 합의한 증산 동결 이상의 원유 수급 개선 방안은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으로 이어지면서 매도세가 유입됐다.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 역시 “다른 산유국이 이란에 증산 동결을 요구하는 건 농담 같은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진 것도 원유 공급 과잉의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