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 공포가 글로벌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울 조짐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 22일(현지시간) 장중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당 2.4% 급락한 1.4059달러로 일일 하락폭으로는 2009년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파운드 대비 유로 가치는 1.4% 뛰어(파운드 가치 하락) 0.7833파운드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약세로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이날 영국 증시는 상승했다. 시장은 여전히 브렉시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당분간 이 이슈는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파운드화가 하룻새 1% 이상의 급락세를 연출한 계기는 집권당인 보수당 차기 리더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의 브렉시트 지지 발언이었다. 그는 전날 런던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EU 탈퇴 캠페인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EU의 협상안 합의를 도출해 EU 잔류를 호소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존슨 시장은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영국 내에서 인지도와 영향력이 높은 인물이다. 그가 캐머런 총리에 반기를 들면서 보수당 내분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고 6월 23일로 확정된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때까지 브렉시트를 둘러싼 격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브렉시트 우려가 영국 개별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은 물론 전 세계의 무역지도가 복잡해지게 된다. 영국이 EU라는 단일 시장에서 나갈 경우 EU 간의 관세 등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독일 연구기관 베텔스만은 브렉시트 시 가장 곤란한 국가는 EU 회원국 전부라는 견해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EU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영국과 교역하는 한국과 같은 비(非)EU 국가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은 곧 대(對)EU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FTA로 누렸던 관세 혜택도 모두 사라지게 되고 영국 간 개별 FTA를 체결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된다.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누렸던 혜택도 사라지게 된다. 베텔스만은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2014년 기준)의 14%인 최대 3130억 유로(약 427조 4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는 EU 시장을 나가면서 국제금융허브로서 런던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 자율성이 높아지는 점은 장점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파운드화의 구심력이 약해져 통화가치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향으로 소비자물가가 최대 4%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으로 치를 ‘경제적 비용’이 이익보다 클 것이라며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현재 영국 신용등급은 등급체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Aa1’이지만 이를 강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