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행동경제학에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되었으며,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그리고 마침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전작에 비해 읽기가 약간 힘들지만 탈러 교수의 기발함과 유용함을 확인하는 데 손색이 없다.
이 책은 한 가지 질문, 즉 “왜 똑똑한 사람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교훈을 제시한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누구든지 어리석은 선택에 익숙하다는 간단한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저자는 주류 경제학이 가정하는 인간상을 ‘이콘’이라 부른다. 반면에 그가 다루는 인간상은 실수투성이의 인간이다. “이콘들과 비교할 때, 현실 속 인간은 종종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실수를 저지르는 다양한 방식들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 행동경제학 분야를 좀 더 온전하게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례 가운데 하나는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포진되어 있는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에서 건물 신축과 더불어 행해진 사무실 고르기의 대소동이다. 이 사례는 지적인 면에서 대단히 우수한 사람들조차 선택을 할 때 어떤 실수에 빠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똑똑한 교수들조차 “더 높은 층의 경관이 좋기 때문에 고층의 연구실이 더 좋다”는 검증받지 않은 경험에 의존함으로써 높은 층을 선택하고 후회를 한다. 또한 평수에 지나치게 집착하였던 사람들도 후회가 컸다. 반면에 선택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끌지 않았던 북향 사무실은 시카고 스카이라인까지 포함한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어 탁월한 선택으로 간주되었다.
전작 ‘넛지’의 핵심적인 주장이었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에 대해서도 저자는 설명을 더한다. 사실 ‘개입주의’라는 용어는 그 자체만으로 불필요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바로 이 점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개입주의’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라고 분명히 밝힌다. 또한 그는 “나는 넛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정한 형태의 금지나 명령은 마땅히 필요하다. 어떤 사회도 법률과 규제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넛지가 가진 한계를 분명히 한다. 완벽한 넛지 사례로 드는 것은 남성용 화장실의 소변기에 붙은 파리 스티커이다. 이 스티커가 남성들로 하여금 정확하게 조준하도록 만드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행동경제학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세 가지 교훈을 얻게 되는데 이것은 생활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관찰하기’에 더 신경을 쓰는 일이다. 관찰도 바라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유심히 살피는 일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데이터 수집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자만이나 확증편향의 희생자가 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마지막은 목소리 높이기이다. 누군가에게 보스나 동료에게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는 자유를 더 폭넓게 허용하는 일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이 다소 고될 수 있지만 보상은 충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