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중국 법인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도 씁쓸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외 실적이 크게 늘었지만, 국내 매출은 또 감소하면서 4년째 역성장해 2009년 이후 6년 만에 해태제과에 밀려 3위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2일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매출 1조3329억원, 영업이익 2004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23.3% 성장한 수치다.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 제과시장 성장률이 2%대에 그치고 유수의 글로벌 제과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오리온의 사내 분위기는 밝지 않다.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며 ‘K푸드’ 기업으로 주목받는 동안 안방 시장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는 게 오리온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4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매출액은 2012년 820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 7922억원, 2014년 7517억원, 2015년 7074억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순이익도 2012년 58억원, 2013년 109억원, 2014년 5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0년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던 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204억원으로 늘었으나 국내 영업을 통해 순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지난해 합병한 아이팩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의 실적이 연결에 잡히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리온의 고전으로 제과업계 순위도 바뀌고 있다. 롯데제과가 꾸준히 제과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은 지난해 2위 자리를 해태제과에 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순위가 바뀐 가운데 해태제과가 작년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돼 한 해 실적으로도 오리온은 해태제과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오리온이 3위로 밀려나는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오리온과 해태의 순위는 히트상품이 갈랐다는 분석이다. 해태제과가 지난해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으로 이 같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허 부회장은 올해 신제품 개발 등에 집중해 국내 매출 증가를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연내 10개 이상의 신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국내 매출 역성장 탈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출시한 신제품 ‘오!감자 토마토케찹’이 ‘오토케’라는 애칭까지 얻으면서 스낵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보다 쉽고 재미있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