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성공단 중단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입력 2016-02-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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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산업2부 기자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이 내려진 후 한 입주기업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주기업 대표의 목소리 대신 컬러링으로 정한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만 반복됐다. 끝까지 원했던 입주기업 대표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남북간 갈등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들은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는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다.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최근 중소기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124개 입주기업과 5000여개 협력사들이 이번 정부 결정으로 한순간에 도산의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16일 대통령의 국회 연설 내용처럼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

우선 신뢰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내려진 직후 입주기업들은 우왕좌왕했다. 관련 내용을 미리 언질받지 못했던 탓이다. 내용을 듣고서 원·부자재, 재고 등을 회수하려 입경을 신청했지만, 초반에 정부는 ‘1사(社) 1차량’을 원칙으로 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결정에 기업들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입주기업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공단 중단 결정 전 비밀스럽게라도 언질을 줬어야 했고, 원·부자재 회수에도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어야 했다.

대통령은 국민 안위를 위해 이같이 비밀리에 일을 처리했다고 했다. 발표 당시에도 개성공단 현지엔 남아 있던 인력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란 얘기인가. “군사작전 하듯 공단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주기업들의 하소연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다.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투자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 입주기업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대의(大義)’를 위해 무조건 ‘소(小)’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언제까지 박수를 받아야 할까?

남북간 관계도 20여년 전으로 회귀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관계 구축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흩어졌다. 물론, 북한의 치기 어린 도발, 핵실험 등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남북간 화해의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을 너무 일찍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 남북간 연결고리는 더 이상 없다.

정세의 영향과 관계없이 개성공단을 지켜가겠다는 남북간 2013년 합의 내용은 이번엔 우리 정부가 먼저 깨버렸다. 단계적인 공단 중단 경고도 없이 말이다. 안보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정치와 경제는 분리돼야 한다. 이미 정부에 의해 최악의 주사위가 던져진 상태라면, 이제 입주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집 잃은 사람에게 세금 연장과 같은 지원책이 아니라, 새로운 집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을 하는 게 이치상 맞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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