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파생상품 발행 규모가 주식형 펀드 규모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물론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당국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일 기준 ELS와 DLS(협의의 파생결합증권)를 합친 총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0조1057억원이다. 이 중 ELS(원금 보장형 ELB 포함) 발행 잔액이 68조3314억원이며 석유, 금, 은 등 상품가격이나 금리를 기초 자산으로 한 DLS(원금 보장형 포함) 발행 잔액은 31조7743억원이다. 대표적 투자상품인 주식형 펀드의 총 설정액이 82조원대로 파생결합증권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규모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지만 증권사들은 지난해 3분기 세계 증시 변동성 확대로 ELS의 헤지(위험 회피) 여건이 나빠지면서 파생상품 운용 과정에서 1조3187억원의 손실을 냈다. 특히 지난해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적자 전환한 한화투자증권은 자체 ELS 헤지 물량을 늘리다가 손실이 커졌을 것이라는 업계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는 증시의 추가 급락, 고객들의 중도 해지 사태 등의 극단적 상황을 적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증권사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지만 ‘증권사 위기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ELS 발행 잔액은 증권사 총 자기자본의 116.2%, 총 자산의 13.6%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잔존하는 파생결합증권의 만기가 대부분 2018년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ELS에 편입한 자산을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놓게 되면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자기 자본 대비 ELS 발행 잔액 비율이 200% 이상으로 높은 신영증권, KB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