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증시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재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스 증시 ASE지수는 8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7.9% 폭락한 464.23으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리스 충격에 유럽증시도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범유럽권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3.5% 떨어진 314.36으로, 지난 2014년 10월 16일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독일증시 DAX지수는 3.3% 급락해 지난해 11월 30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프랑스 CAC40지수가 3.2%, 영국 FTSE100지수가 2.7% 각각 급락했다.
그리스 증시 ASE지수는 올 들어 26.5% 하락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부진한 증시보다도 낙폭이 세 배 이상 크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증시 폭락에 국채 금리는 크게 뛰었다.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61%포인트 오른 10.18%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그리스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을 위한 국제 채권단의 검토가 늦어지면서 투자자들이 그리스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그리스 주요 은행인 유로뱅크에르가시아스와 피라에우스뱅크,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 등의 주가가 이날 27% 이상 폭락했다.
게오르게 아사나사키스 판테라키스증권 주식 판매 담당 이사는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이날 투자자들이 파업을 일으킨 것과 같다”며 “국제적인 불안이 매우 유동성이 부족한 그리스 시장을 강타했다. 국채 금리가 치솟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 지연으로 그리스 은행들과 경제가 타격을 보는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이끄는 그리스 정부는 여전히 채권단과 연금 삭감 등 추가 긴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근로자와 농부 등은 연일 사회보장 축소에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 대표는 지난주 그리스 정부와의 논의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검토를 위해 언제 다시 그리스로 돌아올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제 때 받지 못하면 그만큼 경제회복이 어렵게 된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주 올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0.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그리스가 구제금융 분할금을 못 받으면 올해 중반 신용위기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리스는 7월에 30억 유로(약 4조190억원)에 달하는 빚을 상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