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큰 손'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려 관광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유통ㆍ관광업계가 즉시환급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유커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323만명으로, 전년대비 6.8%인 98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유커 수는 2014년 612만 6865명에 비해 2.3% 감소한 598만 417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관광객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일본을 방문한 유커는 2014년 241만명에서 지난해 499만명으로 2배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웃나라에 유커를 뺏긴 원인으로는 일차적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지목됐다. 그러나 대다수 관광 전문가들은 문화 콘텐츠의 빈약과 숙박 시설 미비, 유커들을 위한 서비스 취약 등 인프라의 빈곤을 꼽았다. 유커의 감소세가 메르스라는 일시적 위기의 결과가 아니라, '콘텐츠 부실'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것.
이에 올 들어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유커 마음 잡기에 나섰다. 유통업계는 부가세 즉시환급제 도입은 물론 유커가 선호하는 브랜드 세일과 중국어 서비스, 경품 이벤트 등 다양한 판촉행사로 유커를 공략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올리브영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화장품 브랜드숍 매장이나 편집매장도 부가세 즉시환급제를 시행하고, 유커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에 유커맞이에 나섰다.
업계는 유커의 1인당 구매액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노력이 유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 소공동 본점을 찾은 유커 1인당 객단가(구매액)는 약 56만원으로 전년도(65만원)보다 14%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90만원)과 비교해서도 38%나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유커는 쇼핑에 가장 많은 경비를 쓰는데, 4명 중 1명은 275만원 이상을 쓴다”면서 “유통업계의 할인 행사와 부가가치세 즉시 환급 정책이 유커의 소비를 진작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춘절 연휴(2월 7일~13일)에 유커가 대거 입국할 것으로 보고 바가지 영업 등에 대한 현장 단속과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올해 춘절에 작년보다 18.7% 많은 15만7천123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체부는 관련 부서와 함께 전담여행사를 방문 점검하고 무자격가이드, 택시ㆍ콜밴, 무허가 숙박업 등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는 등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맞춤 마케팅을 펼쳐 올해 중국인 관광객 8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