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세상] 첫사랑을 뭣땀시 찾는데?

입력 2016-01-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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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첫사랑 그녀가 잘살면 배가 아프다(아아니, 이것이 날 버리고 가더니 잘 먹고 잘살아?). 첫사랑 그녀가 못살면 가슴이 아프다(잘코사니라고 할 수야 없지만 못사는 게 당연하지. 나를 차고 가더니!). 그런데 첫사랑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 함께 살자고 하면? 그때는 머리가 아프다.

그러면 첫사랑 그녀는 어떻게 돼 있어야 하나? 어디엔가 살아 있는데 알 듯 말 듯한 상태, 찾으려고 애쓰면 만날 수도 있는 궁금한 상태가 제일 좋은 걸까? 늙어서 추하진 않은 모습이라야 그녀가 나의 첫사랑일 수 있었던 ‘알리바이’가 증명되는 것일까?

첫사랑 그녀와 그남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나 보다.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한 달쯤 전에 읽었다. 그런 업체들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년)처럼 우연을 가장해 둘을 다시 연결해준다.

업체들이 제공하는 컨설팅은 온라인 서면상담부터 직원들이 헤어진 연인에게 접근해 다시 연결해주는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서면상담에 5만∼20만 원, 실제 만남은 2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받는다. 기사를 쓴 기자가 상담이 가능한지 문의해보니 5만 원짜리 서면상담 프로그램은 한 달치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1시간에 20만 원인 전화상담도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만나게 해달라는 의뢰가 월 평균 6건은 들어오며 성사 확률이 70∼80%라고 답했다고 한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재회작전·연애작전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나 보다.

사람들은 왜 첫사랑을 찾고 싶어 할까? 우선 자신의 과거를 재확인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사랑이 마땅하고 옳았는지, 그녀나 그남이 그만 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는지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기는 변했으면서 첫사랑은 변하지 않았기를 바라다보면 환상이 깨지고 실망하게 된다. 실망 정도가 아니라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선배 한 분은 초등학교(그때야 물론 국민학교였지만)를 함께 다녔던 섬마을의 여학생, 공부로 늘 1, 2등을 다투었고 첫사랑인지 아닌지 아슴아슴했던 그 여학생을 쉰 살이 넘어 기어코 찾아 만났다. 그는 당시 서울의 큰 회사 중역이었지만 40여 년 만에 만난 그 여학생은 햇볕과 노동으로 찌들고 시든 무명의 시골 아낙이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다방에 나오고도 거칠 대로 거칠어진 손을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그녀를 만나 알량한 우월감과 승리를 확인하고, 10여 년 후 발간한 책에 그 이야기를 썼다.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었나? 글을 읽은 내가 다 불쾌할 정도였다.

수필가 한 분은 군대 갈 때 고무신 거꾸로 신었던 첫사랑을 제대한 뒤 다시 만났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그녀를 보고 배신당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랬다고 솔직하게 썼던데, 그 글도 즐겁지 않았다.

그러니 찾지 말고 만나지 마라, 다만 환상이 깨질 뿐이다. 피천득의 ‘인연’을 다시 읽어보라. “첫사랑은 누더기 같다. 찾지 마라”고,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가 이미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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