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시장 지각변동] 진짬뽕 성공 주역들 “88곳 맛집 순례…버린 박스도 뒤져봐”

입력 2016-01-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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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맛의 비밀 찾아라” 5명 TF팀 구성…분말스프 맛 안살아 액상 과감히 바꿔

“짬뽕의 불맛은 숯불의 불맛이 아닌 ‘웍(Wok)’으로 조리할 때 발생되는 ‘자연스러운 짬뽕 기름의 불맛’입니다.”

수년간 단독질주한 국내 1위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의 아성을 위협하는 오뚜기의 진짬뽕 돌풍 비결은 무엇일까. 진짬봉의 성공 뒤에는 일본 짬뽕 전문점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불맛’을 구현하기 위한 오뚜기 연구원 5명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스프 개발 경력 25년에 달하는 오뚜기 라면연구소 김규태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총 5명의 TF팀원이 주인공이다. 진짬뽕 맛에 대한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들이 도전한 것은 진짜 짬뽕 전문점에서 먹는 불맛의 재현이다. 연구진은 중화풍의 라면 트렌드를 읽고, 인기 있는 전국 88곳의 짬뽕 전문점을 시식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88곳의 짬뽕 중 가장 맛있다고 평가된 곳의 짬뽕맛을 타깃으로 삼고 30여회 재방문해 짬뽕 조리 방법과 맛의 비결을 터득했다.

김 연구원은 “중화요리 전문점의 짬뽕 조리과정 그대로 연구소에서 조리를 했지만, 전문점의 짬뽕맛과 똑같이 나오질 않았다”며 “조리 테스트를 수십 회 한 끝에 웍이라고 하는 중화요리용 팬이 원인이었음을 깨닫고 실제 웍을 구입해 전문점의 짬뽕맛(해물맛,육수맛)과 불맛을 내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불맛은 냄비와 솥의 중간 크기 요리기구인 웍에서 야채를 기름에 볶을 때 순간적으로 야채 표면의 수분이 증발돼 그을리면서 발생하는 향이 요리에 입혀진 맛이다. 누구나 쉽게 살릴 수 없는 맛이기도 하다.

이후 오뚜기 연구진은 스프 개발에 나섰다. 김 연구원은 “최초 진짬뽕 개발 시에는 분말스프로 개발했지만, 실제 짬뽕의 맛이 나지 않고 인위적인 맛이 발현돼 자연스러운 짬뽕의 국물맛을 낼 수 있는 액체스프로 개발 방향을 변경했다”며 “또 액체스프만으로 전문점 짬뽕의 불맛을 구현할 수 없어 불맛을 낼수 있는 별첨 유성스프를 추가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육수맛 구현에 도전했다. 진한 육수맛 발현을 위해 닭육수와 사골육수를 사용했다. 닭육수 개발을 위해 진짬뽕 연구원들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들의 벤치마킹 대상은 일본 랭킹 1위 짬뽕집. 여러 차례 방문해 시식하면서 닭육수의 비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시원하고 진한 해물맛도 그들이 도전해야 하는 맛이었다. 짬뽕 전문점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해물을 조사했고 홍합, 미더덕, 게, 다시마, 굴을 첨가해 짬뽕의 특징적인 해물맛을 낼 수 있는 함량을 찾는 데 성공했다.

김 연구원은 개발 당시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로 “일본 짬뽕 전문점의 닭육수의 비법을 찾아내고자 가게 뒷편의 버려진 박스까지 찾아봤다”면서 “진짜 짬뽕맛을 재현하기 위한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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