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은 과반 찬성을 일반 요건으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 원리에 반한다."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파의 의견을 듣는 질적 다수결이 돼야 한다.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다수자의 횡포다.”
국회에서 개정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등 여당 의원 19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권 의원 등은 개정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법률안 심사기간 지정을 거부한 것과 국회법 개정 당시 안건 신속처리 조항을 가결한 행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신속처리 대상인 표결을 거부한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현행 국회법이 합의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그 절반의 찬성으로 정한 일반 다수결 원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은 '날치기 통과'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국회의장이 법안 심사기간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국가비상사태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여·야 합의를 해야 하고, 안건을 신속처리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와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과반이 의사를 결정하더라도 합의가 안 되면 사실상 본회의 의결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장영수(56)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피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홍완식(54)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섰다.
장 교수는 "신속처리 안건으로 삼기 위해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 요건을 두는 것은 사실상 모든 의안에 적용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다수결 원리의 기본적 요청에 반한다"고 말했다. 다수결대로 의결되지 않으면 국회의원 한 명이 갖는 표결권의 가치에 차이가 생긴다는 의견도 밝혔다.
반면 홍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은 우리 헌정사에 얼룩진 국회폭력을 근절하려는 것으로 설득과 대화를 통해 입법과정을 비폭력적으로 운영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며 "국회의장 1인의 판단으로 상임위원회 심사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직권상정을 엄격히 한 것은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공개변론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