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일가가 IT회사를 설립해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성 거래가 심각해지고 있어 부의 '편법 상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경제개혁연대가 발표한 '왜 재벌총수일가는 IT회사를 선호하는가 - IT회사 통한 재벌 통수 일가 지원성 거래현황에 대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43개 그룹 중 IT회사가 계열회사로 있는 그룹은 28개로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의 삼성SDS,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토에버시스템즈, SK그룹의 SK C&C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는 적은 자본으로 회사 설립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계열사와의 계속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이윤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이에 따른 법률적 사회적 위험이 크지 않아 이같은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혁연대는 이어 "특히 예전에 비해 상속을 통한 기업집단 전체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총수 일가 중 2ㆍ3세들이 상당한 지배 지분을 확보한 후 이를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이용,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거나 주력계열사의 캐쉬카우(자금줄)로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28개 기업집단의 IT회사 수는 총 30개로 이들에 대한 총수일가(지배주주 및 가족들)의 평균 지분율은 37.97%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연대는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상호출자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 5.04% 에 비교할 때 현저하게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지배주주 일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12개이며 2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의 경우는 18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연대는 "특히 태광그룹의 '태광시스템즈'와 한화그룹의 '한화 S&C'는 총수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30개 IT 회사중 총수의 직계비속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의 수는 과반수가 넘는 16개로 30개 IT 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18.08%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중 총수의 직계비속이 20%이상의 지분을 갖고 회사는 9개 회사이다"며 "한화 S&C는 김승연 회장의 3명의 아들들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GS 그룹의 IT멕스SYI는 3세들 18명이 93.34%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성그룹의 '가하티에스'는 김영대 회장의 장남인 김정한 전무 등 3명의 자식이 69%의 지분을, 대림그룹의 '대림I&S'는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씨가 지분을 53.71%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연대는 "이처럼 총수일가의 IT회사 설립의 문제점은 그룹 계열사들로부터의 매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개 IT회사 중, 거래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25개사의 경우 관계사매출이 총매출의 64.97%(5년간 평균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계사 매출이 90% 이상인 회사는 ▲롯데그룹의 롯데정보통신 ▲현대자동차그룹의 오토에버시스템즈 ▲한진그룹의 싸이버로지택 등 3개사이며 CJ그룹의 'CJ정보통신' 등 5개 업체는 관계사매출 비중이 80% 이상, 세아그룹의 세아정보시스템, STX그룹의 포스텍 등은 7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혁연대는 "최근 공정위가 상품ㆍ용역거래에 의한 몰아주기 관행을 규율하기 위해 총수 및 친족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회사 및 그 회사의 자회사인 경우에 대해서만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를 부과토록 했지만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비판했다.
개혁연대는 이어 "이번 보고서에서 분석한 IT회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총 30개의 IT회사 중 공정위 입법예고안에 따른 거래상대방 회사에 해당돼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가 부과되는 회사는 11개(36.6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개혁연대는 "경제개혁연대안처럼 동일인ㆍ친족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3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공시의무를 부과하면 총 30개 IT회사 중 70%인 21개사가 규율대상에 포괄되는 등 규율 효과가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 설립된 IT회사일수록 지배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연대는 "1990년대에 설립된 회사들의 경우 지배주주 및 가족들의 지분율이 30% 정도였지만 2001년 이후 설립된 회사의 경우 지배주주들의 지분율이 86%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연대는 이어 "이는 최근에 설립된 회사일수록 지배주주들이 독점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비상장주식 또는 CBㆍBW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부를 이전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IT회사를 보유를 통해 지배주주의 자금 확보 내지 상속문제 해결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연대는 이를 위해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추구 행위를 근원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경쟁법과 회사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배주주 및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행위를 회사법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자기거래 규제 강화 및 회사기회 유용 금지 등의 실체법적인 내용과 비상장회사 이사에 대한 이중대표소송의 인정 등 절차법적인 제도개선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