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대희는 후배 윤석렬검사의 수모에 할 말 없나?

입력 2016-01-26 13:46 수정 2016-01-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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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사회경제부장

2002년 12월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이후 강금실 법무장관 임명, 검사들의 항명 파동, 김각영 검찰총장의 사퇴와 송광수 검찰총장 임명, 이어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임명과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대선자금 수사,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과 강금원에 대한 수사… 숨가쁜 순간들이 이어졌다.

최근 새누리당 후보로 마포갑에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이 격동의 역사 한가운데 섰던 인물이다.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현직 대통령 측근들을 성역없이 수사했다는 이유로 ‘국민검사’라는 칭호를 부여받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안대희는 만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73년에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는데, 75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학 3학년 때 합격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학력은 서울대 법학과 중퇴로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소년검사’ 안대희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안대희에게도 고난의 시기는 있었다. 안대희는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연달아 패배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경기고 후배였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안대희는 국민의정부 당시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안대희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했던 고난의 시기였다.

안대희가 정상궤도로 돌아온 것은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추진하며 전임 검찰 수뇌부를 불신임했던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다. 강금실 법무장관 임명과 평검사들의 항명 파동 이후 안대희는 몇 계단을 건너뛰며 대검 중수부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검찰을 ‘권력의 충견’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율성 부여로 인해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었다.

이후 안대희는 대법관까지 지내며 화려한 공직 생활을 마감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고 현재에 이르렀다.

시계를 현재로 돌려보자.

윤석렬 검사 이야기다. 윤석렬은 안대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울 당시 벌어졌던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 의혹을 파헤치다가 좌천됐다. 노골적으로 사표를 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상반기 인사에서는 대구고검에서 대전고검으로 발령났다. 누가 봐도 ‘보복성 인사’다. 윤석렬의 죄는 현 정권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 죄다.

윤석렬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각종 게시판에 댓글을 달면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더 나아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축소수사 지시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안대희 못지않은 소신있는 검사의 행보였다. 검찰의 기개를 제대로 보여준 처신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주어진 결과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안대희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현 충남지사, 노무현의 친구인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그야말로 ‘성역없이’ 수사했다는 이유로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윤석렬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관련된 사건을 성역없이 수사하다가 고검 검사로 좌천되어 사표를 강요받고 있다.

대검 중수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여주지청장 등의 요직을 거친 역대 검사들 중에 윤석렬만큼 수모를 당한 인물이 누가 있었나? 안대희가 당했던 수모는 윤석렬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윤석렬과 함께 좌천됐던 박형철 검사는 결국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선배 검사 안대희는 기개 넘치는 후배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이 수모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는가? 안대희 자신은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어 국민적인 스타가 되었고, 후배 윤석렬과 박형철은 치졸한 보복을 당하고 있는 데 대해 정말 할 말이 없나?

지켜볼 것이다. 안대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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