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만난 주진형(57ㆍ사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말이다. 그가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인사에게 명함을 건네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 사장이 명함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꼿꼿한 성품 때문에 명함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주 사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할 예정이다.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영입한 첫 번째 인사다. 그의 정치 철학이 무엇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 사장의 입당을 두고 크게 놀라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주 사장이 한화투자증권을 떠나 정치권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임기도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입당 발표만 남아있었던 셈이다.
주 사장은 총선에 출마하기보다는 당의 경제정책 수립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정치권에서도 선이 굵은 행보를 보여줄지는 의문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주 사장의 전력 및 발언과 행동의 이질성이 정치권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기 위한 신년인사회 자리에 나와 명함을 주지 않는 것이 하나의 예”라고 지적했다.
주 사장이 경제민주화 정책에 적절한 인물이냐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2013년 9월 취임 후 전체 직원의 21%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그는 ‘여의도 칼잡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화투자증권 지점 축소와 인력감축에 앞장섰던 주 사장이 경제민주화에서 어떤 정책을 수립할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성과자 해고 요건도 너무 엄격하다”며 “이런 제도적 보호 장벽 뒤에 숨어 일을 안하면서도 고임금을 받으면서 버티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주 사장은 이어 “한국에서는 회사가 위태로울 지경이 될 때까지 고용을 조정하지 못하고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글의 말미에 “사회보장 장치도 만들어 놓지 않은 채, 일반해고부터 덜컥 도입하는 것도 사회 정책적으로 균형을 잃은 방책이다”라고 덧붙이긴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일반해고 도입에 전면 반대하는 더민주의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