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바클레이즈의 국내시장 철수 결정으로 ‘한국시장 엑소더스’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들의 해외자산 매각 과정에서 유독 한국이 먼저 사업재편 대상이 되는 것은 지나친 규제로 다른 나라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는 이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직돼 있다는 점을 든다. 실제 지난 2014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39개 외국계 금융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64.2%가 한국 금융산업의 최대 문제점으로 ‘과도한 규제 및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외국계 금융사들의 주요 ‘먹거리’ 중의 하나였던 파생상품시장이 규제로 크게 위축된 것도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례로 ELW(주식워런트증권)시장의 경우 관련 규제가 강화된 이후 거래대금과 활동계좌 모두 전성기인 2011년에 비해 90% 이상 급감했다. 이에 맥쿼리, 노무라 등 관련 영업을 했던 금융사들이 사업을 폐쇄한 상태다. 특히 새 회계기준 IFRS(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추가투입 자본 부담도 한 몫 외국계 금융사의 철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200 옵션거래 승수를 올리는 등 규제가 강화된 점이 가장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의견”며 “중개 부분은 어차피 홍콩 등의 아시아 본사에서 수행하든 한국에서 수행하든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짐을 싸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의 전문가들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국내시장 이탈이 본사 차원의 경영개선작업에 따른 해외사업 재편의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아울러 금융규제 강화는 2010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국내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심한 편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아시아시장 중 유독 한국에서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이 빈번한 것에는 공통적으로 경각심을 갖는 분위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아시아에 많이 진출했던 외국계 금융사들이 국가를 선별해서 비중을 줄이고 있다”면서 “대만처럼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시장에서는 사업을 두고 한국만 뺐다면 둘 사이의 규제를 배경으로 지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