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 회장 친정체제 구축
주요보직 KB은행 출신 다수..이질감 극복 과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손해보험에 친정체제를 구축했지만, 초반부터 마찰음이 들려온다.
윤 회장은 양종희 KB금융지주 부사장을 KB손보 사장에 임명했다. 이에 앞서 지주 및 은행 출신 인물을 KB손보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KB손보가 은행과는 다른 이질적인 독특한 보험권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부각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양종희 KB손보 사장은 최근 KB손보 인사에서 전영산 전 KB국민카드 VIP마케팅 부장을 KB손보 고객부문장(상무보)으로 영입했다. 전영산 상무보는 KB국민은행 출신으로 KB카드 분사 후 이동한바 있다. 전영산 상무보가 맡게 되는 고객부문은 홍보 등 마케팅을 총괄하는 부서다.
이에 앞서 KB금융은 KB손보로 4명의 은행 출신 인사를 이동시켰다.
허정수 KB손보 경영관리부문장(CFO)은 전 국민은행 재무관리본부장을 지냈다. 신현진 최고리스크책임자(CRO)와 조태석 방카슈랑스 본부장, 최창수 본부장 등은 국민은행과 지주에서 이동한 인물이다.
KB손보의 주요 보직을 KB은행 출신이 차지한 셈이다.
KB손보를 KB화 시키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관리와 방카슈랑스와 마케팅 등에 영입 인물을 배치해 지주와 은행 등과 사업을 연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양종희 사장이 취임하면서 지주와 은행 인사들이 추가로 영입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KB손보 업무를 파악중인 양 사장이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면 체질개선 등을 위해 추가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KB손보가 독립적인 보험권 문화를 갖고 있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KB금융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 성과를 평가하는 자가진단서비스를 시행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KB손보는 전신인 범한해상화재부터 56여년 간 이어 온 특유의 전통을 갖고 있다. KB금융이 은행화를 위해 빠르게 외부 인사 등을 실시할 경우 상당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은 여신 업무에 의한 이자이익이 우선이지만 보험은 자산운용 등으로 수익을 거둔다. 특히 손보사는 언더라이팅(계약 체결 심사)과 보상 등을 통한 손해율 관리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전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게 관행이다.
KB손보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점도 양종희 사장에게는 부담이다. 지난해 10월까지 KB손보의 순이익은 미국 법인의 대규모 손실 등으로 1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억원(14.6%) 줄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KB손보 노조가 보험업계에서도 강성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