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하루 50만 배럴 증산ㆍ수출 확대…산유국 새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16-01-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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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와 유럽시장 놓고 치열한 경쟁 벌일 듯

핵합의 이행으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원유 증산과 수출 확대를 공언했다. 글로벌 산유국 사이에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새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이란석유공사 대표 겸 석유부 차관인 로크네딘 자바디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산유량을 하루 50만 배럴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이미 하루 100만 배럴의 공급과잉 현상을 겪는 글로벌 원유시장이 새로운 압박을 받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정부는 연말까지 추가로 100만 배럴을 증산할 계획이다.

이란 유전시설 대부분이 노후해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이란이 장담하는 것처럼 산유량이 금방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은 그동안의 제재로 수출되지 못한 막대한 원유를 쌓아놓고 있어 수개월 안에 수출을 뚜렷하게 확대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은 현재 하루 약 29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원유 대부분은 경제 제재 당시 쿼터가 일부 허용된 아시아 국가로 수출된다. 제재가 해제된 지금 이란은 유럽시장으로의 복귀를 노리고 있다.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마르고요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란이 스페인 알헤시라스 지역에 정유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은 그리스로의 원유 수출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는 제재 해제 전 전체 원유의 20%를 이란에서 수입했다.

유가의 가파른 하락에도 이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자바디 차관은 “우리가 산유량을 늘리지 않으면 이웃 나라들이 앞으로 6~12개월간 증산해 이란의 지분을 차지하려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산유국도 전쟁에서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과의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772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이는 같은 해 4월 이후 최대치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의 리처드 멀린슨 애널리스트는 “사우디는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를 예상해 유럽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혀왔다”고 지적했다.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인 오만은 계속되는 유가 하락에 못 이겨 이날 산유량을 최대 10%까지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올해 산유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급과잉 압박은 여전해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유가가 더 떨어질 것에 베팅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글로벌 원유재고가 하루 평균 7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며 “2017년 하반기가 돼서야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이자 2위 원유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화하는 것도 원유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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