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위기다. 지난해 수입차 공세로 내수 점유율 40% 아래로 추락했다. 또 엔저 공세 등 경쟁사의 부활로 해외 판매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와 맞물려 신차 라인업을 강조하는 등 호재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격인 현대차의 위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성능도 좋고 가격도 착한’ 자동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공식 출범시켰다. 연 10%씩 성장하는 고급차 시장의 잠재력을 더이상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제부터 고급차에 정면 승부를 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 결단이다. 달리 말하면 이 또한 위기의식이다.
◇중국시장, 판매하락 지속…결국 원가절감 TF 가동 = 연초부터 현대차의 주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해 첫 장이 열린 4일 14만4000원을 기록한 이후 8일에는 전날보다 0.7%(1000원) 내린 13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4일 친환경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출시로 14만원을 회복했지만 지난 두 달간 주가는 15%포인트 하락했다.
앞서 제네시스 EQ900 출시와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하락 등 다소 호재성 이슈가 많았지만 현대차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신흥국들의 경기둔화와 단조로운 신차 라인업, 그리고 마케팅 비용과 영업직원의 인센티브 비용 부담이 주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시장의 경기둔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중국 자동차 판매순위에서 현대차는 6위로 밀려났다. 현대차가 중국 자동차회사보다 뒤처진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현대ㆍ기아차는 112만7361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11.4% 감소했다. 4분기들어 3개월 연속 10만대 판매고를 올리며 회복세를 탔지만, 중국 토종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완전히 따돌리지는 못했다. 현대차에 있어 중국시장은 글로벌 전략에서 전략적 요충지다.
이에 현대차는 원가절감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인센티브와 광고마케팅 비용을 증액하며 원가개선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
◇아슬아슬 ‘아슬란’의 차선이탈…안티팬 포옹 나서 = 현대차의 위기는 아슬란의 부진과 연계성을 갖고 있다. 현재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따로 떨어져 나가면서 아슬란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출시한지 1년이 넘어선 아슬란은 그동안 약 8700여 대가 팔렸다.
지난해 연말 출시 이후 1년 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양을 재구성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2016년형 아슬란이 출시된 지난 연말 판매량은 오히려 11월보다 5% 가량 줄었다. 아슬란 판매가 계속 부진할 경우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이미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슬란을 둘러싼 돌파구는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아슬란은 내수 전용 모델이다. 수출로도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에 대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안티 현대차’ 성향의 소비자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에 부정적인 소비자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한 ‘H-옴부즈맨 제도’를 시행해 상품 개발과 판매, 서비스 등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안티 소비자들과의 만남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시종일관 이어졌다. 안티 소비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질문도 많았다. 간담회 전 받은 질문이 1512개나 됐다.
한편 정몽구 지난 연말 해외 주요 법인장들과 가진 지역별 점검회의에서 내년도 현대·기아차의 3대 당면 과제를 제시했다. 글로벌 브랜드파워 강화를 위해 지난 4년간 현대차의 역량을 총결집한 제네시스 EQ900과 다음달 전용모델 출시 예고로 승부수를 띄운 친환경차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이다. 여기에다 기아차 중남미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인 멕시코 공장의 조기 안정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