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군 장병 처우와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발목 지뢰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였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군 복무 도중 발목을 잃은 피해자들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도 국가는 한정된 범위의 보상금과 연금을 지급할 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꼭 이 사례만이 아니더라도 군 장병들이 각종 훈련 도중 다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사고 외에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는 일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군인은 국가로부터 일정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실질적인 손해를 입증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 헌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헌법에 이런 독소조항이 들어오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월남전 파병으로 인해 국가가 배상해야 할 규모가 커지자 군인과 경찰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든다. 하지만 이 법은 당시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났고, 박 대통령은 ‘헌법에 위배될 수 없도록’ 아예 이 법 규정을 헌법조문으로 넣었다. 위헌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연임이 안 돼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때 만들어진 헌법 조문은 아직까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 헌법상 국가는 국민을 징집해 군 복무를 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뿐, 제대로 된 배상 책임은 질 필요가 없는 셈이다.
내년 총선 이후 20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정치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중배상 금지 조항 삭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으면 한다. 실질적인 배상 문제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국민을 소홀히 대해도 된다는 인식이 다름 아닌 헌법에 의해 생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