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금융 중심지는 여의도만이 아니다. 정부가 새로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는 부산 역시 애초 야심찬 목표와는 달리 초라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2009년 1월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은 매년 상당한 금액의 예산을 들여 해외 금융기관 유치를 위한 해외 홍보(IR) 활동을 전개했지만 아직 단 한 곳의 해외 금융기관도 유치하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부산을 국제적인 해양·파생분야 특화금융의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에 2010년 5월에는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 영국 등을 방문해 유럽 금융기관 유치 활동을 펼쳤고 같은 해 11월에는 일본을 방문했다.
2011년에는 영국, 독일, 미국을 찾았고 2012년에는 호주, 영국, 2013년에는 영국, 중국 등을 방문했다. 2014년과 지난해에도 영국, 노르웨이, 홍콩, 싱가포르 등 현지 금융기관에 나가 금융 관련 전시회나 포럼에 참석하는 등 기관들을 개별 방문하며 부산 유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국제 금융 중심지를 향한 7년 노력의 결과는 아직 초라하다. 국제금융기구인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교육연구기관(TREIN)이 오는 6월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 53층에 설립되는 것이 첫 성과다.
그러나 FATF TREIN은 국회에서 기존에 편성된 예산 11억3000만원 중 5억원이 삭감되면서 기존 해외 전문인력 8명 신규 채용에서 3명 채용으로 규모가 줄었다.
이밖에도 몇몇 해외 금융기관과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실제 투자 유치로는 아직 연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 부산시와 양해각서를 맺은 독일 노르드은행(HSH NORDBANK), 노르웨이 DNB은행 등도 부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드러냈지만 실제 진출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회 한 관계자는 “부산의 국제금융 인프라는 물론 성장기반 마련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서울 여의도나 기타 후보지를 배제하고 부산이 FATF 교육기관 거점으로 선정됐지만 실제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억지로 ‘금융 중심지’를 명명했을 뿐 해외 기관을 유인할 특별한 이점이 없다면 지난 7년과 마찬가지로 해외 금융기관 유치 노력과 비용은 도로아미타불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변수도 있다. 지난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시 ‘부산 본사’ 조항을 법률이 아닌 지주회사 정관에 두는 것과 관련해 부산과 비(非)부산 지역 의원 간 의견이 엇갈리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 중심지’ 도입의 취지를 잊고 기존 중심지인 여의도와 새로 세력을 형성하려는 부산이 싸움하는 형국이 돼 버렸다”며 “자본시장 발전의 본질과 동떨어진 이권 문제가 자꾸 개입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