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결정하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아람코 상장 주간사 자리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국방장관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는 지난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람코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만큼 아람코가 IPO에 나서게 된다면 그 규모는 최대 10조 달러(약 1경2050조원)에 이를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어마어마한 IPO 규모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챙길 수 있는 주간사 수수료에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 붐에도 글로벌 투자은행의 M&A 관련 수수료 수입은 오히려 8% 줄어들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 유럽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이 아람코 증시 상장 추진 소식을 듣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아마 주간사 지원을 위한 수백 통의 이메일이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람코 IPO 규모와 방식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원유를 생산하는 아람코 모회사의 지분을 상장하거나 일부 해외 계열사를 상장하는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람코의 상장 규모는 1000억~500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 최대 1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아람코의 IPO 규모는 지금까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 알리바바의 상장 규모(1700억 달러)를 거뜬히 넘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주간사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서 이들 투자은행이 예상하는 것만큼 짭짤한 수입은 챙길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간 분야 IPO의 경우 상장 규모의 1%가 수수료로 돌아가지만, 국영기업이라는 특성 등 여러 가지 정황 상 이들이 챙기는 수수료율은 기대보다 작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우디 국립상업은행의 IPO 당시 주간사에 돌아간 수수료는 상장 규모의 0.01%에 그쳤다. 그러나 수수료가 예상보다 적다고 해도 세계 최대 IPO를 주간함으로써 얻게 되는 은행의 명성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중동권에서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투자은행사업부문 수수료를 기준으로 HSBC (6.6%)다. 2위는 씨티그룹(6%)이며, 이후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도이체방크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