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전무<사진>의 면세점 경영 보폭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 박 전무는 SK면세점으로부터 물류창고와 운영 시스템 등 인프라를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산그룹에서는 (주)두산의 100% 자회사인 디아이피(DIP)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각해 면세점 사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무는 이직을 원하는 SK면세점 직원 190여 명을 ㈜두산 면세점이 고용하는 방안, SK네트웍스가 빌려 사용 중인 1818m² 규모의 인천 물류센터를 넘겨받는 방안, SK면세점의 운영시스템을 인수하는 방안 등을 SK측에 제안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 전무는 2014년 10월부터 두산의 광고 계열사인 오리콤의 부사장으로 일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을 딴 뒤 두산 유통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새로 면세점을 열어야 한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사업권 연장에 실패해 오는 5월까지는 23년 역사의 워커힐면세점 문을 닫아야 한다. 앞서 두산은 협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SK면세점 업무를 총괄해온 권미경 전 SK네트웍스 면세점사업본부장(전무)을 상임고문으로 이미 지난 4일 ㈜두산에 영입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무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파격적인 행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SK면세점의 인적, 물적 자산을 한꺼번에 인수할 경우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면세점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어 빠른 시간내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를 지원하는 그룹자원의 지원도 상당하다. 두산은 앞으로 KAI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고 면세점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11일 (주)두산의 100% 자회사인 디아이피(DIP)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KAI 지분 4.99%(총487만3754주) 전량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3046억원에 매각했다. 두산은 표면적으로 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주)두산의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 김장원 연구원은 "주력 사업의 아이템 중 하나인 공작기계사업을 매각하고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함으로써 그룹의 사업 포토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다"며 "산업재 비중을 줄이고 내수주 비중을 다시 키우는 두산의 시도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