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국적 항공사들이 안전 불감증에 빠진 듯하다. 지난해 말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여압장치 고장으로 저공 비행하더니, 이달 초엔 세부를 출발해 김해로 향하던 진에어 여객기가 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운항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아직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정비 결함보다는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항공사 관계자들을 직접 불러 안전점검회의를 연다고 한다. 참석 대상은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 마원 진에어 사장,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 김정식 이스타항공 사장,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 박용광 에어인천 사장 등 8곳 항공사 대표와 임원진이다. 이들이 소집되는 것은 지난해 4월 같은 이유로 모인 지 9개월 만이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 항공기가 일본 히로시마 국제공항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토부는 회의를 열고 후속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당시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사고 수습과 조사를 통해 후속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문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허사로 돌아갔다.
항공기는 그간 크고 작은 결함으로 결항하거나 회항하는 등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잊을 만하면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도 항공기를 못 믿을 물건쯤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8일 열리는 안전점검회의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해 보인다.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와 같은 포괄적인 의미가 아닌 ‘어떤 부분을 어떻게 하겠다’와 같이 구체적인 내용 말이다. 그래야 국민도 항공기를 믿고 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