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충돌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배럴당 35달러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반등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양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으로 원유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이란이 핵협상 타결 항목의 원활한 이행으로 이달 원유시장에 복귀하면 사우디의 미국 셰일업계 고사작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국이 저유가로 재정난이 심각해진 일부 OPEC 회원국과 산유량 동결을 지지하는 회원국의 양분을 부추기는 결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60년 가까이 유지해온 국제 원유 카르텔의 붕괴는 시간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인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원유 시장은 사우디와 이란의 정면 충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유가의 돌파구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혹독한 긴축 재정을 내세운 것이 연쇄적 반응을 유발해 결국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문제를 계기로 국제 원유 선물 시장에서 공매도에 몰렸던 투기 세력들의 환매가 가속화해 유가를 배럴당 40달러선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우디는 지난 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포함해 테러혐의 사형수 47명을 처형했다. 이는 국제 사회의 만류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경고를 무시한 사형집행이었다.
이란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했다. 사형 집행 발표가 난 당일 밤 성난 이란 시위대는 테헤란과 제2도시 마슈하드에 주재하는 사우디 외교공관으로 몰려가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다.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1979년 주테헤란 미국 대사관 공격이 재현되는 듯한 장면이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에 맞서 중동 수니파 진영의 사우디 지지 선언으로 결속을 확인한 사우디는 3일 밤 외무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우디의 긴축이 테러를 낳을 가능성을 점쳤다. 사우디 긴축 재정이 유발하는 사회 불안을 테러리스트 양성 가능성으로 점친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의 대립 구도는 복잡하다. 먼저 시아파 대 수니파라는 종교적 갈등이다. 특히 수니파 계열인 사우디 동부에는 많은 시아파 주민들이 살고 있다. 다음은 시리아와 예멘의 양국 대리전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는 이란이 러시아와 손잡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고, 사우디는 미국 주도의 자발적인 연합에 참여해 반정부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OPEC 내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 제재로 자국산 원유 수출이 줄어든만큼을 사우디가 증산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원유 수출 재개에 따른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 러시아 등이 동의하면 OPEC이 어쩔 수 없이 감산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최대 산유국이기 때문에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산유량이 적은 시리아에 비할 바가 못된다. 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2월 인도분은 전자거래에서 최대 3.5% 오른 38.32달러까지 치솟았다. WTI는 전 거래일인 지난 31일의 1.2% 상승에 이어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OPEC 회원국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리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앙골라, 인도네시아 등이다. 이들 회원국은 감산을 둘러싸고 현재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 사우디와 이란의 충돌로 곤란한 건 미국이다. 사우디와는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으로 협조하고 있는데, 사우디 국내 테러에 대한 대처법은 용납하기 어렵다. 반면 사우디는 이란 핵 개발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미국이 이란 쪽으로 기운 점이 불만이다. 또한 미국의 시리아 개입이 늦어진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도 온도 차이는 있다. 미국은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 여행한 적이 있으면 미국에 입국할 때 비자 면제를 적용하지 않게 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승인됐다. 그 대상국에는 이란도 포함, 경제 관계가 깊은 유럽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