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숨은 선행을 이어갔다. 지난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6년째다.
30일 관련업계와 전주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전 9시 53분께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가 현금과 돼지저금통을 두고 갔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주민센터에 들러 5000여만 원의 성금을 몰래 남기고 사라졌다. (뉴시스)
이날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4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현금이 담긴 상자를 놓아뒀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봤더니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그가 놓고 간 돈은 총 5033만9810원이었다. 상자 속 A4 용지에는 큼지막하게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메모가 들어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의 소리없는 기부는 해마다 이어져 올해까지 16년째다. 그동안 기부된 금액은 모두 4억 4764만1660원에 달한다.
전주시는 이 성금을 지난해와 같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