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신자호는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 시인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서 비롯된 말이다. 죄 없이 추방당한 굴원이 초췌한 모습으로 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는데 고기잡이 노인이 배를 저어 지나가다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시오?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셨소?” 하고 물었다. 굴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온 세상이 다 흐린데 나 혼자 맑고 뭇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어 이로써 추방당했다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
노인은 다시 묻는다. “세상 사람들이 다 혼탁하면 왜 그 진흙을 휘저어 물결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이 다 취했으면 왜 그 술지게미를 먹고 남은 탁주를 같이 마시지 않고 깊은 생각과 고매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납득하지 않자 글의 마지막 대목에서 노인은 이렇게 노래하며 가버린다.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淸兮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
‘맹자’ 만장장구(萬章章句)상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성인의 행동은) 혹 멀리 은거하거나 가까운 데서 벼슬하거나 떠나가거나 떠나가지 않거나 귀결점은 그 몸을 깨끗이 하는 것뿐이다.”[或遠或近 或去或不去 歸潔其身而已矣] 고봉 기대승(奇大升)은 이 말을 받아 “선비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혹은 세상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고, 혹은 때를 만나기도 하고 만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 귀결은 몸을 깨끗이 하고 의를 행할 뿐 화와 복은 논할 바가 아니다”[夫士生於世 或出或處或遇或不遇 歸潔其身 行其義而已 禍福非所論也]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