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 가족 이야기] 부모 공부 제대로 하자

입력 2015-12-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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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16Kg이면 도대체 몇 살짜리 아이의 몸무게일까 궁금했다. 이혼한 아빠가 동거녀와 함께 딸아이를 굶기고 때리면서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가스관을 타고 2층 빌라를 탈출해 과자를 훔쳐 먹던 아이의 체중은 16Kg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 아이가 겨우 네댓 살짜리 아이의 몸무게라니….

1주일 만에 4Kg이나 몸무게가 늘어난 아이는 유독 먹는 것에 집착을 보여서 먹는 것을 말릴 지경이라고 한다. 집으로 다시 돌려보낼까 봐 두려워하며 아빠를 처벌해 달라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하는 뉴스였다.

이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고 흥분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짧은 기사로 그 뒤에 숨겨진 애기를 다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과연 부모 자격이라는 게 어떤 걸까를 생각해 보았다.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생물학적인 부모일 뿐이지 출산이 부모 자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부모의 자격 기준도 없고 국가가 자격증을 수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교사나 의사보다 자녀의 삶에 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바로 부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준비나 자격증도 없이 우리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부모 역할은 시행착오를 했다고 해서 NG를 내고 다시 촬영할 수 있는 녹화가 아니다. 생방송인 것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넘쳐나는 정보로 어떻게 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한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 자녀가 결혼하면 또 다른 부모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니 이 시대에 맞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장인과 장모가 되기 위해서도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학교에 가기 위한 ‘국영수 공부’나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한 만큼의 공부도 안 하고 부모가 되는 건 아닐까?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것은 자녀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중요한 선택이다. 그러기에 부모 역할에는 학력이나 돈보다 부모로서의 인격적인 성숙과 책임감, 인내가 더욱 중요하다.

부모 교육은 비단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부모가 됨으로써 자신도 성장하고 성숙하고 부모의 삶도 더욱 풍요로워진다. 자녀를 키우는 양육 부담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 신비로운 경험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상습적인 폭행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소녀에게 성금과 옷, 간식, 학용품 등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끔찍한 일이 터지고 나서야 흥분하고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부모가 되기 전에 부모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신체적인 학대만이 아니라 정서적 학대, 성적인 학대, 그리고 방임까지가 아동학대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친권을 박탈해야 하는 그런 부모가 아니어서 나는 괜찮다고 자위할 일이 아니다. 내가 정말 부모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돌아보면서 ‘부모 됨’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겠다. 내가 진정한 부모의 자격이 있는지, 부모로서 과연 몇 점짜리 부모였는지는 훗날 내가 죽고 나면 우리 아이들이 가장 정확하게 심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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