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중국 경기에 기업 매출이 좌우된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가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는 불안이 작용했다. 가계 역시 금리 상승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관련된 방안을 내놓았지만 추진 과정이 난관을 겪고 있고,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부채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타개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월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를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엄정평가·자구노력·신속집행의 3대 원칙에 따라 부실기업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정부는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각 부처 차관급이 운영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협의체는 경제적 영향이 큰 기간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전망을 분석해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
정부가 직접 나선 데는 한계기업들을 방치할 경우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1.6%를 기록했다. 제조업 매출이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 하락, 스마트폰 매출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해 빚으로 유지하는 한계기업도 크게 증가했다. 한은이 집계한 한계기업 수는 2009년 2698개였으나, 2014년 말 3295개로 급증했다.
문제는 조선·해운·철강·정유·화학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업종의 기업 부실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10월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모두 45개사에 달해 외환위기 때(61개사) 이후 가장 많았다.
유일호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자, 주형환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 등 3기 경제팀의 등장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금융위도 2016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존속하는 ‘기업구조개선과’를 신설해 구조조정 업무를 위한 인력과 조직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업활력법(일명 원샷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통과돼야 한다. 구조조정의 법적 근간이 되는 이들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가계부채 ‘관리는 하되, 분양시장 영향 없게’ = 경기부양 대신 가계 부채 관리에 집중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가계 부채가 급증했고, 최근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자 정부가 가계 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가계부채 대응 방향 및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규 주택담보 대출 시 상환능력 평가가 엄격해진다. 채무상환능력 평가에서 실제 소득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등 증빙소득을 활용하고, 증빙소득 확인이 어려울 경우 인정소득(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으로 추정한 소득)이나 신고소득(신용카드 사용액 또는 매출액, 임대소득 등)을 활용키로 했다.
신규 주택구입 자금이나 고금리 대출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조건이 권유된다. 금융당국은 주택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만기에 원금을 일시에 갚는 관행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 국장은 “과거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식의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상환능력 범위에서 처음부터 나눠갚는다는 일관된 원칙 아래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금리상승 가능성을 감안한 ‘상승가능금리(stress rate)를 적용한다. 상승가능금리를 감안한 DTI가 80%를 넘어설 경우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거나 80% 이하로 대출 규모를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구분된 대출과 집단대출(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빠져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