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보상청구권을 제한한 한일청구권협정이 헌법에 어긋나는 지에 대한 판단이 협정 체결 50년 만에 내려질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1항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선고를 내린다. 2009년 강제징용으로 부친을 잃은 이윤재 씨가 헌법소원을 내 심리가 진행된 이 사건은 6년여 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대법원은 2012년 이 협정에도 불구하고 일본기업에게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때 대법원은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해 '국가간 재정적·민사적 채권 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한 것일 뿐이어서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이 협정으로 인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협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도 보상청구권과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헌재가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리더라도 현실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이 이뤄지기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 이후 배상책임을 지게 된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사도 우리나라 법원 판결의 효력이 일본에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고, 우리나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더라도 일본이 이 결정 취지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외교문제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일본 정부가 전향적으로 헌재 결정을 수용한다고 해도 보상청구액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강제징용 여부와 노동 기간, 임금 등 당시 노동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이미 길게는 70여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이상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는 별개로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위상경쟁을 이어온 헌재와 대법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릴 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12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강제징용으로 이득을 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협정 자체의 효력을 문제삼는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한일청구권 협정과는 관계없이 개인의 피해청구권이 유효하다'고 판시한 이상,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다면 두 기관은 각자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되는 결론을 내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