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의 한국 공습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 중국 기업의 인수ㆍ합병(M&A) 등 한국 투자 규모가 19억 달러(약 2조2325억원)로, 전년보다 119%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투자 분야도 보험과 기술, 헬스케어, 화장품 등 매우 다양하다. 중국은 굴뚝산업에서 기술ㆍ서비스업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 기업 사냥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20년 전 한국에서 시작됐던 전환이 현재 중국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술과 서비스업이 이끄는 경제성장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혁신을 주도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통신은 강조했다. 올해 블룸버그혁신지수에서 중국은 22위에 그쳤지만 한국은 1위에 올랐다. 중국 상장사 현금 보유액은 현재 2조3000억 달러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이런 풍부한 실탄을 바탕으로 한국의 노하우를 흡수하려는 것이다.
IG아시아의 버나드 오 투자전략가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 수준도 높아 중국 기업에 매력적”이라며 “돈방석 위에 앉아있는 중국 기업들이 인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방보험그룹이 지난 2월 동양생명 지분을 1조1300억원에 인수한 것이 올해 중국 기업의 한국 M&A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챔프인베스트먼츠는 제주반도체 지분을 35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온라인 화장품 유통업체 쥐메이인터내셔널홀딩은 화장품업체 잇츠스킨에 1억2500만 달러, 피부미용기기업체 드림시스에 23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한국 기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전인 ‘창조경제’ 선봉에 서서 아시아 4위인 한국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통신은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업체와 당뇨병, 폐암 치료제 수출 계약을 따내면서 올해 주가가 8배 올랐다. 셀트리온도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중국 기업들이 발전하는 자국 내수 수요를 맞추는 데도 한국 기업 기술이 요긴하다고 통신은 강조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경제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로, 43%인 투자를 웃돌았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11.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의 전 세계 투자를 놓고 봤을 때 대한국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중국 기업의 올해 글로벌 M&A 규모는 5160억 달러로 전년보다 83% 급증했다. 여전히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 전망은 밝다. 베이징 소재 장강상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의 리샤오양 교수는 “중국의 부상하는 중산층이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술 분야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중국 기업들의 한국 M&A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 중산층은 브랜드와 품질을 신경 쓰며 한국 기업은 중국이 부족한 품질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