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다. 부모의 배경이나 출신 지역, 학벌 등에 관계없이 본인의 노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나는 사회였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가난하여 오늘날의 재벌과 같은 기득권층이 별로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정주영 회장 등 대부분의 정계, 재계 인사들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 발전을 하면서 최근에는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하게 되었다. 재벌, 정치인, 의사, 변호사 등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의 CEO는 대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2, 3세대이다. 삼성, 현대, SK, LG, 한화, 두산, 롯데 등 모두 물려받은 경우이다. 반면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의 오너들은 모두 스스로 창업한 부자들이다.
사회적 유동성 증대는 중요한 국정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차츰 계급사회가 되면서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 즉 계층별 신분 상승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람은 현재는 어렵더라도 미래에 희망이 있으면 참고 견디게 된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도 잘 될 희망이 없다면 좌절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체제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제도개혁도 사회적 유동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예 중의 하나가 로 스쿨(Law School)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신분 상승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고등학교만 나와도 사시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사시제도가 있어서 고졸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법조인이 되려면 막대한 교육비를 부담해 대학은 물론, 대학원까지 졸업해야 한다. 로 스쿨은 법조인의 자질 향상이란 취지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사회적 유동성 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왔다. 가난한 집 자녀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장학금 제도 확충 등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고교 평준화도 도입 배경은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명분 하에 도입되었다. 현실은 과거에 비해 저소득층 자녀들이 명문대학에 입학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복잡한 입학제도 등으로 부모가 초등학교부터 잘 관리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저소득층 부모들은 이와 같은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사회적 유동성의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적 유동성과 관련하여 경제성장률같이 국민적 관심을 끌, 신뢰할 만한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5년간 사회적 유동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표가 발표되면 그 원인 분석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적 유동성의 지속적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적 유동성 지표를 개발하여 5년마다 공표하고 각종 제도 개혁시 사회적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