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한가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각각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우선 긍정적인 부분으로는 상하한가 폭이 기존 15%에서 30%로 대폭 확대됨에 따라 종목을 선별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되고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꼽혔다.
A운용사 운용총괄본부장(CIO)은 “통상 하한가를 맞게 되면 -30% 가까이 빠지는데, 아무래도 예전보다 더 버텀업(기업 가치 분석) 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성장주들은 호재의 폭이 커 상승 여력이 과거 대비 두 배 더 높아지는 만큼 상하한가 확대가 펀드 성과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상하한가 확대 폭이 8%에 머물던 시절, 악재가 돌발하면 하한가 폭이 작다 보니 일주일 넘게 하한가가 계속 진행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오히려 악재나 호재의 진동을 빨리 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하한가 확대가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선 좋은 제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아예 외국처럼 상하한가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운용사 CIO는 “국내 자본시장도 중장기적으로 미국처럼 아예 상하한가 제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방안이 낫다”면서 “도입 초기엔 다소 변동성이 존재하겠지만, 오히려 상하한가 폐지가 자본시장의 질적 성숙도를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한가 제도 30% 확대가 롱쇼트 전략(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ㆍ매도 포지션을 변경해서 초과수익을 노리는 전략) 등 헤지펀드 시장에도 득이라는 평가도 크다.
이번에 헤지펀드운용사로 전환한 A자문사 대표도 “롱쇼트 전략 측면에서는 상하한가 제도가 당연히 호재”라며 “전략을 잘 맞춘 종목은 15% 시절 대비 두 배 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한국형 헤지펀드 강자의 옥석 가리기에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15% 상하한가 시절 대비 로스컷(손절매)을 하기에도 오히려 편하다는 시각이다.
A자문사 대표는 “정보가 상대적으로 느린 사람은 투자한 기업이 치명적 악재에 노출돼 하한가에 몰리면 보유 중인 지분을 매도할 때 30% 가격제한폭 확대한 시점이 더 유리하다”면서 “아무래도 저가 매수 세력이 15% 시절보다 많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직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아져 운용 중인 펀드에 대한 변동성 또한 높아졌다”면서 “펀드 편입 중인 종목이 잘못된 언론 정보나 루머에 노출돼 악재에 몰리면 -30% 가까이 하한가에 가게 될까 봐 늘 노심초사 상태라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형 운용사 펀드매니저도 “더욱이 최근 검찰이 강도 높게 진행 중인 시세조종이나 알선 수재 혐의 등 시세조종 혐의에 관련 종목이나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설이나 기사가 날 경우 관련 종목이 패닉에 빠진다”면서 “상하한가 확대폭이 늘어난 다음부터 종목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졌지만 언론이나 주변 소식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