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10일 전날 대비 4.34포인트 내린 658.08로 마감했다. 올 초 553.73으로 문을 연 코스닥지수는 7월 782.64까지 오르며 800선 돌파를 넘보기도 했다. 하지만 8월18일 699.80으로 떨어진 뒤 3개월째 600~69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최근에는 코스닥 신용잔액이 유가증권의 신용잔액을 돌파하면서 투자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7조원에 육박한 6조74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5조원대 초반에 머물던 것과 비교할 때 3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3조5601억원으로 유가증권(3조1854억원)을 넘어섰다. 과거 국내 증시 활황기였던 2007년에도 신용융자 잔액이 7조원대를 넘어선 적은 있지만, 코스닥 신용잔액은 2조3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코스닥 신용잔액은 지난 5월 22일에 사상 처음 4조원을 돌파한 4조1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7월 27일에는 4조1578억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신용잔액은 2조5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가총액이 143조원에서 192조원로 34% 늘어나는 동안 신용융자 잔액은 2조5000억원대에서 3조5000억대로 42% 늘어났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1234조원으로 코스닥시장(192조원)의 6배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유가증권시장 신용잔액보다 많은 것은 ‘이상 과열’이라는 평가다. 자칫 코스닥 급락 시 반대매매로 폭락의 도화선이 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불어난 신용잔액이 상당 부분 소진된 이후에나 코스닥지수가 다시 700선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거래로 사들인 주식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강제 주식처분)가 이뤄져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용잔액 추이를 보면 코스닥시장에서 과도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특히 이슈성, 테마성 종목에 투기성 신용거래 자금이 몰리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4년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의 12월 평균수익률은 -0.7%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라며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고, 세금(대주주 양도세)문제 등으로 현금 보유 전략을 추구한 결과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을 조여오는 글로벌 변수도 걸림돌이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유가급락, 외국인 매물 등의 주식시장 침체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시장 분위기에 증시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고, 최근 국제 유가 급락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는 중동 관련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연말 회계결산(북클로징)을 앞두고 기관들은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변동성 우려가 큰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팔아치우며 시장 하락세를 주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슈퍼개미들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에 따른 세금폭탄 우려에 주식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에만 슈퍼개미 투자자들은 하이트론씨스템, 서울식품공업, 영화금속 등의 지분을 잇달아 처분했다.
그러나 최근의 코스닥 시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강태신 KB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수급적인면만 보면 코스닥 시장의 침체가 맞을 수도 있으나 단기적으로 보면 11월 실적 나오고 나서 코스닥이 오히려 올랐고, 상대적으로 탄탄한 상태”라며 “양도세와 글로벌 이슈 등 최근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주가가 빠지면서 공포감에 하방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 팀장은 “최근 중견기업들이 개업공개(IPO)를 많이 하면서 코스닥 회사가 풍부해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전체가 오르는 그림을 보여주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