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제품의 11월 30일∼12월 6일 매출이 전주(11월 23∼29일)와 비교할 때 14.5% 감소했다. 이 기간 참이슬의 경쟁제품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13.4%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참이슬 제품 매출은 11.4% 줄어든 반면 처음처럼 매출은 12.8% 늘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30일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360㎖) 출고가격을 병당 961.70원에서 1015.70원으로 54원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이 시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가격을 54원 올리면서 대형마트에서는 유통마진을 고려해 점포별로 출고가 인상 폭보다 큰 80∼100원을 올려 판매하고 있다. 식당이나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값은 500~1000원 더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서면 경제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빈병 보증금 인상안도 하이트진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부터 소주병의 보증금을 현행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 130원으로 인상하는 빈병 보증금 인상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로 인해 빈 용기 취급수수료도 현재 소주 16원, 맥주 19원에서 각각 33원으로 인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제조·판매비용 증가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누적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근거로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보증금 인상안이 통과되면 또 인상 요인이 생기는데, 가격을 다시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에 이렇게 흘러가자 롯데주류 등 경쟁 업체들은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통상 큰형님(참이슬)이 올리면 1주일뒤 아우들이 따라가는 형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비난 여론이 거세 가격 인상은 자칫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재혁 사장은 오히려 경쟁사의 매출 하락이 곧 처음처럼의 시장 점유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납품가 인상에 일단 유보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 출고가 인상은 소주업계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됐다”며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지만, 빈병 보증금 인상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업체들이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