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오너 일가의 유증 일반공모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 상반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미청약분에 대해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일반 공모 참여를 밝혔다. 이 부회장의 일반 공모 참여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량 실권주 발생에 대한 우려는 한층 완화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주식은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되고 실권이 발생하면 일본 공모를 거쳐 잔여 물량을 주관 증권사들이 떠안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실권되는 분량을 이재용 부회장이 떠안겠다는 의미다.
삼성그룹에서도 이번 삼성엔지니어링 증자를 성공리에 완수하려는 강한 의지가 강하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미청약분이 발생하면 일반 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일반 공모에 참여키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삼성SDI와 삼성물산 등 주요 주주들도 증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을 정상화시키는데 오너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9월 말 현재 삼성SDI 13.1%, 삼성물산 7.81%, 삼성화재해상보험 1.09% 등 모두 22.03%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보유 지분은 10% 내외, 국민연금도 4%대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증자 성공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데 대해서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자본잠식이 4000억 원 수준인 만큼 장기적인 측면에서 유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일에도 말레이시아에서 총 1조 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반면 우려도 이어진다. 1조2000억 원의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본잠식 탈피는 가능하지만 회사의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더라도 정상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주가도 최근 1년 사이 이미 3분의 1토막을 밑도는 1만3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너가의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회사의 향후 전망은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의미다.
회사 안팎에서 전해져오는 호재에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앞서 1조원의 공사 수주를 발표했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향후 회사의 전망을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공사 수주발표를 앞둔 전날(3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장중 52주 최저가(1만375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