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근로의욕 높이는노동개혁

입력 2015-12-07 10:57 수정 2015-12-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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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산업2부장

대단히 유명하지는 않지만, 창조성 하나로 경쟁업체들의 시샘을 한껏 받던 한 기업이 몇 년 전 베트남으로 훌쩍 떠버린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이 업체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그는 해병대 출신이었다) 조국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던 절절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영업과장 경력직을 뽑는 공고를 냈더니 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성격도 좋고, 전공에 대한 지식도 나름대로 풍성하고, 추진력도 꽤 있어 보여 뽑았지. 임원들도 죄다 찬성했고. 그런데 이 사람 들어온 지 며칠도 안 돼 잘못 뽑았다 싶더라고. 회사에 나와서 하루에 절반은 잡담과 커피, 인터넷 서핑으로 죽이고, 여기저기 여자 동료들 기웃거리면서 말 못할 음담패설 난사하고, 술자리만 가면 윗사람 아랫사람 가릴 것 없이 죄다 험담 퍼붓고…. 그보다 더 심각한 건 하고 많은 날 지각·조퇴에 결근까지 하는 거야. 관심이 이렇게 딴 나라에 가 있으니 당연히 업무 성과도 없는 거나 다름없었지. 그래서 이렇게 하면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몇 차례 엄중한 경고를 날렸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개선은커녕 악화일로인 거야. 이쯤 되면 어느 회사 대표가 잘한다며 그냥 두고 보겠어. 해고해 버렸지. 그런데 한심한 건 그다음이었어. 이 사원이 노동청에 제소했는데, 노동청이 “해고의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부당 결정을 때린 거야. 있는 열 없는 열 다 받아 재판 걸고 난리 피웠지만, 그것도 허사더라고. 판사가 패소 판결한 거야. 그래서 잔뜩 환멸을 느끼고 개그맨 유행어대로 한국을 ‘뿅’ 떠났지.”

인터뷰 끝머리에 베트남은 어떤지 필자가 묻자 되돌아오는 답변이 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얘들 맨날 죽을 듯이 일하는데, 얼굴에 오너한테 고마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그러니 고맙지. 자식보다 예뻐. 그래서 나도 그 애들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최근 ‘2015 세계 인재 보고서’(IMD World Talent Report 2015)를 발표했는데, 내용 중에는 한국이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이 있다. 61개국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노동자 의욕’을 조사했는데 한국이 고작 54위에 그친 것이다. 한국은 10점 만점에 4.64점으로, 슬로베니아·아르헨티나 등과 더불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처럼 당최 일할 의욕이라곤 없는 한국 근로자들에게 다시 ‘근로 의욕’을 지필 방법은 없을까. 어렵디 어려운 문제지만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근로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를 정부 지침 형태가 아니라 법으로 확실하게 보장하는 일이다.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연공 중심의 임금 체계도 개혁해야 한다. 해 지나면 꼬박꼬박 호봉이 오르는데 누가 죽을 둥 살 둥 일하겠는가. 30~40년이나 나이를 먹은 이 낡은 제도는 과감하게 쓰레기장에 내다 버리고 성과가 임금에 반영되는 체제로 뜯어고쳐야 한다. 특히 이 제도의 최후 보루처럼 돼 있는 금융계부터 변화가 절실하다.

근로 저성과자 해고 법제화, 연공서열제 개혁 등 근로의욕 제고 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를 담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꼭 입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여전히 ‘시계 제로(0)’다. 혹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할까 나름대로 기대 수위를 높였지만, 여야는 정기국회를 넘겨 이달 중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도 여러 차례 좌절과 좌절을 거듭했던 법이다 보니 다시 연다는 임시국회에서도 말싸움만 잔뜩 하다가 좌절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최근 우리 국회는 실로 엄청난 쾌거를 이뤘다. 바로 한·중 FTA 비준 동의안 처리다. 이 대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한 발짝씩 물러나는 타협의 정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신만 오롯이 붙잡고 간다면 한·중 FTA 동의안 처리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가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수많은 기업인들이 떨어진 근로 의욕에 질려 한국을 뿅 떠나고 있고, 이들의 엑소더스 때문에 한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뇌리에 질끈 새긴다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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