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발 국제금융, 부동산발 가계금융, 제조업발 기업부실 등 3대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끝나는 2018년께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정치 혁신을 통한 경제 개혁만이 문제 해결의 정답이라고 역설한 ‘모두가 꿈꾸는 더 좋은 경제’를 펴냈다.
권 전 금감원장은 지난 30여년간 경제 현장에서 기업·금융 구조조정 등 굵직굵직한 개혁을 이끌어온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의 성장이 감속 추세로 돌아선 가운데,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3년 후에는 3대 위기라는 거대한 삼각파도가 한국 경제를 덮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전 원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극도로 경색될 경우 경상수지와 외환사정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부터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도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정부의 거래 활성화 대책과 규제 완화 조치로 온기가 돌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고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집중된 분양 공급물량의 입주가 본격화되고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2017년 말부터 침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자산 버블시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조업도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없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감소와 후발국의 추격, 비교 우위에 있었던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과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 상실, 인구구조 변화와 모바일 혁명에 따른 새로운 산업 출현에 대비한 준비 부족으로 미래가 불안하다고 봤다.
권 전 원장은 우리 경제가 이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강력한 구조조정보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지원으로 대응한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살리는 길은 각 부문의 구조개혁에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예산과 공기업, 지방정부, 세제 및 세정분야를 아우르는 공공개혁은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 긴 호흡으로 추진하되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이중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기업개혁은 좀비기업 정리와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개혁은 관치금융과 규제의 철폐, 해외진출 강화, 핀테크 육성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교육개혁은 교육당국 및 대학의 기득권 포기와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 육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전 원장은 한국 경제가 바뀌려면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정책이 당리당략이 우선인 정쟁에 묶여있고 전문성과 도덕성 부족으로 포퓰리즘적 졸속입법과 과잉규제를 양산해 정책 일관성을 저해하고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세대·빈부·이념 갈등과 불신 및 쏠림 현상을 해소해 가는 사회통합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성세대의 기득권 포기와 성장과 분배의 조화, 시장경제 원칙 및 법치 준수, 공동체 의식과 희망의 사다리 회복 등이 더불어 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재창조하는 밑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권 전 원장은 10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라온스퀘어에서 ‘더 좋은 경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