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넘어 글로벌 자금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ECB는 현재 마이너스(-)0.2%인 예금금리를 -0.3%로 추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ECB 정책금리 하단인 예금금리는 지난해 6월 마이너스에 진입한 이후 이번까지 총 두 차례 인하됐다. 자산 매입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유로존 국채가 전체 국채 시장의 3분의 1까지 늘어나자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한 것이다. ECB 금융정책상 ECB가 정한 예금금리 이하의 금리의 국채는 매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만큼 유로존에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ECB 예금금리의 마이너스 골이 더 깊어지게 되면 유럽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ECB 예금금리가 지난해 6월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유로화 은행간 단기금리인 유리보(Euribor) 1개월 물은 작년 4분기, 3개월 물은 올해 1분기부터 각각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주요국 국채 금리도 예금금리에 따라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을 제외한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핀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주요국들의 2년 만기 국채금리는 모두 작년 4분기를 시작으로 일제히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독일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ECB 예금금리 인하 발표 직전 사상 최저치인 -0.45%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가 ECB 추가 예금금리 인하 결정 직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 국채는 전체의 60%가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졌으며 이중 40% 가량은 ECB 예치금리(당시 -0.2%) 이하로 떨어져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상 매입대상에서 제외됐다.
스위스(-1.06%), 스웨덴(-0,45%), 덴마크(-0.46%) 등 유로존 이웃국가들은 마이너스 금리 폭이 더욱 깊다.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이들 국가는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ECB보다 더 내렸지만, ECB의 예치금리 추가 인하로 유로화 약세가 더욱 가속화해 자국 통화 가치가 치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심화는 유로존 시중은행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마이너스 금리 여파로 ECB에 유로화를 예치할 때 이자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ECB에 비용을 내고 예치한 자금은 현재 1810억 유로에 달한다. 특히 일부 중소형 금융기관의 경우 마진 축소를 견디지 못하고 일반 예금 고객의 예금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때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마이너스 금리 확대가 유로존을 넘어 글로벌 자금 경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하면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예금하는 대신 자금을 자체적으로 쌓아놓게 돼 자금흐름에 경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