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쇼크' 배상책임 인정 첫 판결… 다른 소송에도 영향 줄 듯
법원, "당일 정상주가는 252.55%였어야"… 손해액 기준 제시
2010년 '옵션 쇼크'로 주가 급락 사태를 유발한 외국계 금융사 도이치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도이치의 대량 매도가 시세조종이라는 점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도이치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을 경우 정상주가도 함께 제시해 향후 다른 사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26일 배모씨 등 2명이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소 일부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도이치 측은 배씨와 정씨에게 각각 12억 2300여만원, 2억 954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국민은행이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했다. 도이치증권이 플러스멀티스타일사모증권투자신탁 39호의 신탁업자인 국민은행 측에 7억 184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원, "도이치 물량공세로 코스피 주가 급락… 시세조종 인정"
재판부는 "도이치은행 직원 일부는 장내파생상품 매매에서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코스피200주가지수에 대한 시세조종행위를 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코스피200주가지수 차익거래 청산과 동시에 지수 하락에 관한 투기적 포지션을 구축한 다음 시장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주가지수를 급락시켰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시 동일한 물량의 매도주문이 있었다면 코스피200지수는 252.55포인트로 종료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들의 시세조종행위로 인해 사건이 발생한 당일 주가지수는 252.55포인트보다 5.14포인트 더 낮게 형성된 247.41포인트로 장이 마감됐다.
◇도이치 배상책임 인정 첫 판결… 다른 소송에도 영향 줄 듯
현재 국내 금융사와 투자자들은 산발적으로 도이치 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판결이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생명보험 등이 낸 소송 2건에서도 도이치 측 배상책임이 인정됐지만, 법원 판결이 아니라 양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배씨 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형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정상 주가(252.55포인트)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손해액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도이치 쇼크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총 15건이다. 이 중 2건은 합의로 결론이 났고, 이번 2건은 판결 선고로 향후 항소여부에 따라 소송이 계속 진행될 수도 있다. 나머지 11건도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증권은 지난 2010년 11월11일 코스피 200 장 마감 직전 2조3000억원 상당의 풋옵션 물량을 쏟아내 코스피를 48포인트 급락시켰다. 도이치은행 측은 사전에 매수한 풋옵션 행사로 448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