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제프리 이멜트] ①“제조업 중심으로” 14년 뚝심경영…GE 부활 이끈다

입력 2015-1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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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때 GE캐피털 휘청이자 ‘혁신 막는 장애물’ 금융자산 75% 축소 결단… ‘기본으로 돌아가라’ 제조업 초점 끈기의 리더십

‘뚝심과 끈기’, 제너럴일렉트릭(GE)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의 리더십 키워드는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원칙 하에 GE에서 금융업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본업인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성역없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경영혁신 노력이 올해 GE캐피털 주요 사업부 매각으로 가시화하면서 그동안 이멜트의 리더십에 회의적이고 비판적이었던 투자자들도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GE 주가는 이달 초 30달러 선을 넘기면서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 21% 상승했다.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까지 이멜트는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이멜트는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과 함께 ‘경영의 신’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전임자 잭 웰치의 그늘에 가려져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는 사임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초 기사에서 이멜트와 GE 이사회가 현재 20년인 CEO 임기를 10~1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내년 GE CEO 교체론’을 제기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4월 기사에서 전임자인 잭 웰치는 GE의 톱에 있었을 때(1981~2001년) 회사 주가를 40배 뛰게 했고 새 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했지만 이멜트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이멜트 리더십은 ‘완전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멜트는 이런 혹독한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GE의 본령인 제조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원칙을 밀고 나갔다. 웰치 시절 GE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R&D) 비중은 3%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멜트는 2010년 이 비중을 4%, 2011년 5%로 올리고 나서 계속 4%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GE는 오는 2020년까지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 100억 달러(약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사물인터넷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이멜트는 국제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가 CEO에 올랐던 2001년 GE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 비중은 약 30%였지만 현재 이 비중은 55%로 커졌다.

이멜트 시대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금융사업 축소다. GE캐피털을 필두로 한 금융사업은 웰치 전 CEO의 최대 치적으로 한때 회사 전체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GE캐피털이 흔들리면서 GE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GE는 지난 2008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축소했다. 신용등급도 최고 등급인 ‘트리플 A(AAA)’에서 ‘AA2’로 강등됐다. 이런 위기 속에서 이멜트는 금융업이 막대한 수익원이지만 회사 본업인 제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과감히 이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이멜트 CEO는 지난 4월 “GE캐피털을 비롯한 금융자산의 최대 75%를 정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GE는 캐나다 연기금에 사모펀드 대출사업을 매각하고 웰스파고에 GE캐피털 일부 사업부를 팔아치우는 등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했다. 이멜트는 지난 7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이 부문은 투하 자본 대비 이익을 올리는 능력이 급속히 쇠퇴했다”며 “금융사업 철수로 거둬들인 돈을 항공기 엔진과 발전기 등 제조업 분야에 배치하면 GE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사업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자산은 약 3500억 달러로, GE 전체 자산의 약 40%에 이른다. 이 자산 가운데 2500억 달러를 매각해 R&D와 생산설비 확충 등에 투자, 지난해 1.74% 등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GE 매출 증가율을 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이멜트의 계획이다.

이멜트의 비전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알스톰이다. GE는 이달 초 프랑스 발전·철도차량 업체 알스톰의 에너지 사업부에 대한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인수 규모는 약 124억 유로(약 15조3100억원)로 GE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GE가 알스톰 인수전에서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이멜트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이멜트는 GE 세계화 전략에 알스톰이 핵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프랑스를 여러 차례 방문해 관리들과 알스톰 이사들을 설득해 인수를 성공시켰다. 알스톰은 중국과 브라질, 인도, 중동 등 신흥시장에서 100억 달러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GE는 이달 알스톰, 인도국영철도와 더불어 인도 철도현대화 프로젝트 업체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11년간 현지에 1000대의 철도 차량을 공급하는 계약에 성공했다. 에너지사업부 인수 과정 당시 알스톰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한 것이 이번 인도 철도차량 수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넬슨 펠츠는 “GE 대전환을 이끄는 이멜트에 신뢰를 줘야 한다”며 지난달 GE 주식 25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윌리엄 블레어의 닉 헤이먼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GE에 관한 투자의견을 종전 ‘시장수익률(Market Perform)’에서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로 상향 조정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GE 주가가 2배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멜트 CEO의 리더십이 14년 만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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