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고용, 노후, 소득 불안에 지갑을 닫고 있다.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달하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과 노후 준비가 안된 40~50대 중년층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 한시적 대책보다는 소비를 구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가 분석한 ‘OECD 주요 국가의 임금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을 보면 OECD 13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근로자의 근속기간은 5.6년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근로자는 6.7년, 여성 근로자는 4.3년에 불과했다. 이는 이탈리아(12.2년), 프랑스(11.4년)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금 교수는 근로자의 대다수가 영세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상황과 여성의 경력단절을 고용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 사무직 근로자의 50세 전후 명예퇴직 △중소기업 근로자의 빈번한 이직 △전체 근로자의 60%를 차지하는 영세 사업장(30인 미만)의 잦은 파산과 폐업도 고용불안의 원인으로 꼽았다.
노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5 세계노인복지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44점을 받아 96개국 중 60위를 기록했다. 세계노인복지지표는 소득보장, 건강상태, 고용 및 교육, 우호적 환경 등 4가지 영역을 조사한 것인데 러시아, 크로아티아, 방글라데시와 비슷한 수준이며, 아시아권 국가의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소득보장 영역에선 24.7점을 받아 최하위권인 82위를 차지했다.
가계소득도 제자리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1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차이가 없었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차감한 처분가능소득은 358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02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4.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대외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고용과 노후가 불안하고 소득마저 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