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석채(70) 전 KT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다음달 4일부터 시작된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광만 무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기일을 오는 4일 오후 2시로 잡았다고 23일 밝혔다.
항소심에서는 이 전 회장의 부외자금의 용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회사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27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금액 중 11억 7000만원 상당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부외자금을 만들어 경조사비 등으로 지출한 사실이 KT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이 전 회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봤다.
배임 혐의도 검찰과 이 전 회장 측의 법리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OIC랭귀지비주얼 등 3개 콘텐츠업체의 주식을 비싸게 인수해 회사에 10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회사의 신주 인수는 주주 가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부당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KT는 유선전화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다른 분야에 진출할 필요가 있었고, 주식 가치 평가가 틀릴 가능성이 있었지만 외부 컨설팅 과정을 거치는 등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 범위 내에서 인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