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이 12년 만의 최고치에 달해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날 브라질 통계청(IBGE)은 11월(10월15일~11월12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0.28% 상승했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10%를 넘긴 것은 지난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0.85%로 집계돼 전월 상승폭인 0.66%를 웃돌았다.
골드만삭스 라틴아메리카 조사부분담당인 알베르토 라모스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하다”며 “최악의 경기침체에 인플레이션이 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용어로, 경제활동이 침체함에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한다.
그는 브라질의 문제는 재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재정 흑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GDP의 2%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재정 적자는 이자를 포함해 GDP의 9~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라모스는 “브라질 공공지출은 90% 이상이 헌법에 명시돼 정부가 통제하기 힘들다”며 “이에 브라질의 대내외 국가부채가 GDP의 66%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FT는 비록 그리스 등에는 못 미치지만, 브라질 정부가 국가부채를 유지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라고 지적했다.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마르텐 얀 바쿰 신흥시장 선임투자전략가는 “브라질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매년 9~10포인트씩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폭발적인 규모이며 시장에서는 어느 시점이 되면 공공부채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지난 9월 브라질 재무부가 국채 입찰 계획을 3차례 취소한 것을 언급하며 “이미 공포감이 조성됐다”고 풀이했다. 이어 “만일 브라질 정부가 재정 적자 탈피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이 브라질에서 자금을 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모스 역시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물론 자국 투자자들까지 브라질 자산시장에서 일제히 빠져나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FT는 브라질 경제의 많은 부문이 물가상승률과 연동됐다는 것을 지적하며 정부가 재정문제를 해결해도 내년에 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