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지급보증에 대해) 검토 조사를 요구했는데 묵살당했습니다. 부득이 고소를 했는데, 고소했다는 이유로 저를 해임한 것입니다."
현대시멘트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정몽선(61) 전 회장 측은 20일 법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정 전 회장이 이주환 대표이사와 임승빈 전무를 상대로 낸 '대표이사 및 이사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문기일을 열었다.
현대시멘트는 2007년 파이시티 개발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자회사 성우종합건설에 5150억원을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사업이 무산되면서 성우종건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은 현대시멘트는 늘어난 부채비율을 감당하지 못한 채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사업이 중단된 이후 매물로 나온 파이시티는 수년째 매각이 지연되면서 현대시멘트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현대시멘트 이사회는 지난달 8일 정 전 회장을 해임하고 이 대표 단독대표체제로 변경했다. 정 전 회장은 부실 지급보증 책임 소재를 따진 것이 해임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정 전 회장이 말한 계열사 불법자금 지원 당시에는 이사 직위에 있지 않았고, 자금 지원 이후에야 취임했다"며 경영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정 전 회장에게 "이 대표 측이 임원 지위에 있으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이사를 해임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법정에 출석했지만, 이미 제출한 서류로 답변을 대신한다며 별다른 주장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기일을 종결하고, 정 전 회장 측에게 필요한 서류들을 3주 이내로 제출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