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하루 평균 공매도 금액은 34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공매도 금액은 지난 8월 4890억원에 달했다. 공매도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6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후 9월로 넘어오면서 공매도 금액은 3940억원으로 2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3450억원으로 전월보다 12.51% 줄었지만 이달 들어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8월(5.42%)에 고점을 찍은 뒤 9월(4.86%)과 10월(3.99%)을 지나며 감소하다가 11월(4.12%) 들어 다시 커졌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공매도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연말 들어 공매도에 집중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결정될 때까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식음료업종과 조선업종 그리고 면세점업에 대한 공매도가 많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1월 19일 기준) 연간 누적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금액의 비중이 가장 컸던 종목은 호텔신라였다. 호텔신라는 총 누적거래대금 10조6466억원 중 1조8112억원이 공매도였다. 비중은 17.01%에 달했다.
호텔신라는 상반기 메르스 때문에 면세점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에는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신세계와 두산의 도전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에서 라이선스가 추가로 늘어나며 면세점 사업이 공급과잉문제에 부딪혔다”며 “면세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5년이라는 짧은 라이선스 기간 때문에 호텔신라에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주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뚜기(14.94%), 하이트진로(12.79%) 등 식음료업종의 공매도도 컸다. 특히 오뚜기는 ‘집밥’ 열풍에 힘입어 연초 40만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100만원을 넘나들며 파격적인 상승 폭을 보였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식음료관련 종목은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특히 식ㆍ음료업종은 투자자들이 잘 아는 업종이라 경기 불황 시 헤지 대상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16.98%), 현대중공업(14.81%), 대우건설(14.56%), 두산중공업(13.89%) 등 수주산업에 대한 공매도 비중도 높았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3분기 실적악화와 더불어 신용도 추락을 겪어야 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존 AA등급이었던 양사의 신용도를 A+등급으로 내렸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해외 선박 수주 부담과 프로젝트 공정 지연에 따른 실적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우건설도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 편중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우건설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하며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해외 매출 총이익률이 -4.33%를 기록하며 해외 부문 불안을 떨쳐내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 우려가 있고, 다수의 조선ㆍ건설 회사가 해외 부분 손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특히 조선업은 하반기에 손실을 대량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실적에 대한 우려로 최근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